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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astroenterol < Volume 84(3); 2024 < Articles
증례: 67세 남자 환자가 내원 7개월 전부터 지속된 소화불량, 식욕부진, 식후 복부 팽만감으로 시행한 상부위장관내시경 및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십이지장 궤양과 이로 인한 협착 및 간내 담관과 간외 담관의 확장 소견이 확인되어 의뢰되었다.
본원 내원 당시 생체징후는 혈압 108/52 mmHg, 체온 36.1°C, 맥박 76회/분, 호흡수 18회/분으로 안정적이었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신체검사에서 복부에 압통은 없었으며 촉지되는 종괴는 없었다. 과거력에서 당뇨, 고혈압,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고, 사회력에서 30년간 주 2회 소주 반병의 음주력과 23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말초 혈액 검사는 백혈구 4,400/uL, 혈색소 12.0 g/dL, 혈소판 222,000/uL이었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AST 17 IU/L, ALT 17 IU/L, ALP 118 IU/L, γ-GT 35 IU/L, 총빌리루빈 0.3 mg/dL, 직접 빌리루빈 0.2 mg/dL, amylase 62 U/L, lipase 44 U/L였다. 자기공명 췌담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 MRCP)에서 하부담관의 갈고리 모양의 휨 현상 및 협착과, 이로 인한 간내 담관과 간외 담관의 확장 및 주췌관 확장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A). 담관과 췌관이 십이지장 구부에 이소성으로 삽입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B).
상부위장관내시경에서 위 유문부와 십이지장 구부에 협착과 변형이 동반되어 있었으나 저항감 없이 내시경 통과 가능하였고(Fig. 2A), 상십이지장각에 주위로 발적과 부종이 동반된 급성기의 궤양이 관찰되었다(Fig. 2B). 십이지장 궤양에 인접하여 의심되는 개구부가 관찰되었고(Fig. 2C), 주위에 담즙으로 추정되는 갈색의 액체가 묻어 있었다(Fig. 2D). 십이지장 제3부까지 깊숙이 관찰하였으나 주유두의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을 위한 십이지장경 검사에서 십이지장 구부의 개구부를 통해 도관을 삽입하여(Fig. 3A) 조영제를 주입하였더니 총담관이 조영되었으며, 총담관은 개구부 입구부터 미만성으로 확장되어 있었다(Fig. 3B).
이상에서 총담관의 개구 이상에 동반된 협착으로 담관이 확장된 것으로 판단하고, 개구부에 유두부 풍선확장술(endoscopic papillary balloon dilatation, EPBD)을 한 후에 내시경적 역행성 담관 배액술(endoscopic retrograde biliary drainage)을 시행하였다. 십이지장 궤양에 대해서는 급속 요소분해효소 검사(rapid urease test) 음성으로
진단: 십이지장 궤양을 동반한 이소성 총담관 개구
총담관은 유두부를 통해 대부분 십이지장의 제2부로 개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5.6–23%는 십이지장의 제2부 이외 부위인 십이지장 구부, 제3부 이하, 또는 유문륜으로 개구하기도 한다.1 이러한 이소성 총담관 개구(ectopic opening of common bile duct)는 드문 해부학적 변형으로, 과거에는 대개 부검 시나 수술적 담도 조영술에 의해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ERCP가 활발히 시행되면서부터 수술 전 진단 예가 늘고 있다.
총담관 이소성 개구의 원인은 태생기 동안의 비정상적인 발생 과정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은 태생기에 간구(primitive hepatic furrow)에서 유래하며, 이는 간부(pars hepatica)와 낭부(pars cystica)로 나뉜다. 이 중 간부는 간과 간관을, 낭부는 담낭과 담낭관을 형성하며, 총담관은 간구의 공통 부위에서 발생한다. Boyden은 이러한 간구가 간부와 낭부로 세분화되는 과정에서의 비균형적 신장(disproportional growth)과 조기 분화(early subdivision)로 인해 총담관의 이상 배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2,3
총담관 이소성 개구는 이상 개구의 부위에 따라 담관염, 담관 결석, 폐쇄성 황달, 췌장염, 소화성 궤양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4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첫째, 총담관 원위부의 갈고리 모양 구조가 담즙 정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담즙이 조기에 십이지장 구부로 배출되면서 총담관이 급성 각도를 형성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양변화로 이번 증례에서도 MRCP와 ERCP를 통해 이러한 구조가 명확히 확인되었다. 둘째, 이소성 개구 환자 대부분이 십이지장 주유두의 전형적인 구조가 없고 이번 증례에서처럼 내시경 검사 시 관찰되는 틈새 같은 개구가 있는데, 이는 오디 괄약근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거나 없음을 의미한다. 과거 조직학적 연구에서 담관이 위장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괄약근근육이 없음이 확인되기도 하였다.5,6 오디 괄약근의 중요한밸브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장내 세균과 십이지장의내용물이 담도계로 역류하여 담관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담즙 정체나 역류는 암 발생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지속적인 담즙산 노출로 인해 소화성 궤양 질환이유발될 수 있다. 이전에 보고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총담관이소성 개구 환자의 72%에서 십이지장 궤양 병력이 있었다.4일반적으로 담즙산은 위의 산성 pH에 반응하여 침전되기 때문에 무해하지만, pH가 높을 경우 위점막의 손상을 유발할수 있다.7,8 이러한 점막 손상은 십이지장 구부에서도 발생할수 있는데, 이는 십이지장의 제2부와 달리 구부에서는 위형화생(gastric metaplasia)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9 또한,췌장에서 분비되는 중탄산염(bicarbonate)이 십이지장 구부의 pH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자주 재발하는 난치성 십이지장 궤양 환자에서는 감별해야할 원인 질환 중의 하나로 총담관 이소성 개구를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진단은 상부위장관내시경 또는 ERCP를 시행하면서 십이지장 구부에서 이상 개구부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조영제를 주입하여 담관과 췌관을 조영함으로써 확진할 수 있다. 내시경 검사에서 이소성 개구부가 관찰될 때 십이지장-총담관 누공(fistula)과의 감별 진단이 필요한데, 누공일 때에는 가장자리 점막이 지저분하고 불규칙한 경우가 흔하며 십이지장 제2부 근처에 주유두가 따로 존재한다.10 그 밖에 CT나 MRCP와 같은 방사선학적 검사에서 총담관 또는 간내담관의 확장소견을 보일 수 있고 담도 내에 공기를 동반하기도 한다.4
치료는 총담관 이상 개구로 인한 합병증이 없는 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반복적인 담도성 동통, 담도염 및 담석증 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내시경치료 혹은 담낭 절제술 및 총담관공장 문합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오디 괄약근의 이상으로 ERCP를 이용한 담석제거 시 괄약근 절개술에 따른 위험이 클 것으로 생각하여 수술적 치료를 일반적으로 권고하였으나, 내시경 치료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천공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EPBD를 이용하여 내시경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1,4,11 따라서 담도질환이 동반된 총담관 이소성 개구 환자의 치료로 수술보다는 내시경치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십이지장 궤양이 동반된 경우는 PPI 등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본 증례는 십이지장 궤양과 담관 확장이 동반된 환자에서 총담관 이소성 개구가 발견된 경우로, ERCP 및 ERBD 삽입 치료 후 담관 질환은 호전되었으나 지속적인 PPI 복용에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난치성 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하여 위출구폐쇄가 발생하였고 결국 위공장문합술을 받았다.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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