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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astroenterol < Volume 82(4); 2023 < Articles
증례: 63세 여자 환자가 흑색변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내원 2주 전부터 시작된 흑색변과 혈색소 감소 소견으로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 받아 전원 하였다. 내원 19개월 전 뇌경색 후 좌측 편마비로 재활치료 중인 환자로 항혈소판제(clopidogrel)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polmacoxib)을 복용 중이었다. 환자는 급성 병색을 보였고, 신체 진찰에서 복부는 편평하고 부드러웠으며 장음은 정상이고, 복부의 압통은 없었다. 직장수지검사에서 흑색변이 확인되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08/63 mmHg, 맥박수는 79회/분, 체온은 37.1℃였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7,630/mm3, 혈색소 6.0 g/dL, 헤마토크리트 19.0%, 혈소판 327,000/mm3로 측정되었다. 혈액 화학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 8 mg/dL, 크레아티닌 0.44 mg/dL, 총 단백 6.7 g/dL, 알부민 3.0 g/dL였으며, 혈액응고 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1.08 (87.5%)로 나타났다.
내원하여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Polyethylene glycol 용액으로 장정결 후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정상 소견 보이며 최근 출혈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장 출혈 가능성으로 소장 병변 확인을 위해 캡슐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다. 캡슐 내시경 검사에서 공장 원위부에 최근 출혈 흔적으로 보이는 노출 혈관을 동반한 궤양이 관찰되었다(Fig. 1). 또한, 근위부 회장부터 원위부 회장까지 다수의 윤상형 궤양과 궤양 반흔이 관찰되었다. 원위부 회장에서는 궤양반흔으로 인하여 내강이 좁아진 소견 보이며 210분 동안 캡슐은 정체되며 검사는 종료되었다(Fig. 2). 소장궤양에 의한 출혈로 진단하여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를 중단하고 금식하며 추가 출혈은 없었다. 복부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캡슐 정체(Fig. 3)가 확인되나 자연 배출을 기다리며 유동식을 식이 하였고, 추가출혈 또는 복통은 없었다. 캡슐 정체 2주 후 연식 식이 하며 구토와 복통 증상 발생하며 복부 엑스레이에서 장폐색증 소견을 보여 풍선 소장내시경을 통한 캡슐 회수를 계획하였다.
항문을 통한 접근으로 단일 풍선 소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여 말단 회장에 다수의 윤상형 궤양 반흔이 관찰되었으며 회맹판에서 50 cm 근위부의 소장으로 진입하여 소장 협착 소견과 정체된 캡슐을 관찰하였다(Fig. 4). 9.2 mm scope는 협착부위를 통과하지 못하였으며 내시경 액세서리인 net snare를 이용하여 캡슐을 포획하였으나 캡슐 또한 협착부위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NSAID에 의한 소장의 격막 질환(diaphragm disease of small bowel)으로 평가하여 내시경적 협착절개술(stricturotomy)을 시행하였다(Fig. 5). 협착절개술 후 캡슐을 net snare를 이용하여 회수하였다(Fig. 5). 캡슐 회수 후 연식 식이 하며 장폐색 증상이 없어 퇴원하였고 이후 재발 증상 없이 외래에서 추적 중이다.
진단: 소장의 격막 질환으로 인한 캡슐 저류
위장관 출혈로 내원한 환자의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에서 출혈부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 모호한 위장관 출혈로 분류하며 이는 소장출혈을 시사하는 경우가 많다.1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소장출혈의 흔한 원인은 혈관이형성증 또는 NSAID에 의한 궤양이다.2 최근 고령인구의 증가와 만성질환자들의 증가로 NSAID를 장기 복용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NSAID는 골관절염과 같은 만성 통증이나 염증 치료를 위해 사용되며 cyclooxygenase (COX)를 억제하고 prostaglandin (PG) 합성을 감소시켜 효과를 얻는다.3 이러한 효과로 PG억제와 NSAID의 국소 작용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유발하여 장 점막 손상 과정을 일으킨다. 이러한 장 점막 손상 이후 염증반응을 거쳐 호중구가 점막에 축적되어 장궤양이 발생한다.
최근 비디오 캡슐내시경 검사의 도입으로 소장 점막을 직접 보게 되어 소장병변이 잘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NSAID로 인한 병변의 특성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NSAID는 소장에 붉은 반점, 미란, 원형, 타원형, 종방형 궤양과 격막형 협착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점막 손상을 유발한다.4,5 또한, 소장에는 다발성 병변이 흔히 발생하며 이러한 손상은 출혈, 위장관 폐쇄 증상을 동반한 협착, 저알부민혈증, 잠복출혈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5 NSAID에 의한 점막 손상의 빈도는 NSAID를 3개월 이상 복용한 환자의 캡슐내시경을 분석한 여러 연구에서 29–62%에서 점막 손상이 관찰되었다.5
임상 현장에서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소장출혈이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비디오 캡슐내시경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6 이러한 경우와 같이 소장 출혈 감별을 위한 캡슐내시경 검사에서 병변의 발견율은 53–73%로 보고되고 있다.6,7 캡슐내시경 검사는 캡슐 정체에 대한 우려 외에는 엄격한 금기 사항은 없다. 캡슐 정체의 위험요인은 복부 수술력 또는 크론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위험요인이 없는 환자의 경우 캡슐 저류 발생률은 1–2%로 보고되고 있다.7 캡슐 저류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 캡슐 저류의 원인으로 6.4%에서 NSAID 관련 소장 협착으로 나타났다.8 NSAID 관련 소장 협착은 소장의 격막 질환으로 불리며 1988년 Lang 등9에 의해 처음 보고된 후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소장내강의 길이가 5 mm 미만으로 좁아지는 환상형 병변이 특징이며, 이는 다발성 협착의 원인이 된다.9,10
캡슐의 저류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장기간 캡슐이 정체되어 있을 경우 캡슐의 파손, 급성 소장 폐쇄 및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소장폐쇄 증상이 있는 경우 캡슐을 회수해야 하며, 장기간 무증상 캡슐 저류가 있는 경우라도 캡슐을 회수하는 것이 좋다.11 과거 수술적 치료가 캡슐 회수를 위한 주 치료였으나, 장비의 발전으로 근래에는 풍선 소장내시경을 이용하여 캡슐 회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시경을 통한 회수가 실패하거나 임상적으로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11,12 풍선 소장내시경을 통한 캡슐 회수 성공률은 병변이 공장에 위치한 경우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이는 항문을 통한 접근보다는 구강을 통한 접근이 캡슐 회수 성공률이 높았다.12
NSAID 관련 소장의 격막 질환에 대해 보고된 증례는 수술적 치료가 대부분이며, 내시경적 협착절개술을 시행한 사례는 드물다. 내시경적 협착절개술은 크론병에 의한 소장 협착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그 결과가 보고되었다.13 내시경적 협착절개술의 주요 우발증은 천공과 출혈이다. 크론병 환자의 협착절개술 후 출혈은 3–14%로 알려져 있다. 내시경적 협착절개술은 새로운 시술로서 직선형의 짧은 협착이 있는 경우, 수술 시 단장증후군의 위험이 있는 협착 환자 또는 수술을 피하기 위한 경우 시행해 볼 수 있다.13
본 증례는 위장관 출혈로 내원하여 캡슐내시경 검사를 통해 NSAID 관련 소장궤양으로 인한 출혈로 진단되었고 소장 격막 질환으로 캡슐 정체가 발생한 증례이다. 원위부 회장에서 캡슐 정체가 발생하여 항문을 통한 접근으로 풍선 소장내시경으로 격막을 협착절개술을 시행하여 캡슐을 회수하였다. 캡슐 저류로 인하여 위장관 폐쇄 증상이 생긴 경우 수술적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무증상 또는 소장 부분 폐쇄로 장정결이 가능한 경우 내시경을 통한 접근 및 내시경시술을 통한 캡슐 제거 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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