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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astroenterol < Volume 80(1); 2022 < Articles
증례: 74세 여자로, 국소분절사구체경화증(focal segmental glomerulosclerosis, FSGS)에 대해서 경구 스테로이드 투약 중, 내원 2주 전부터 전신 부종, 복수 증가, 안정 시에도 지속되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 검진 시 호흡음은 깨끗하였으며, 복부 팽만이 확인되었으나 촉진 시 압통이나 반발 압통은 없었고, 사지 촉진 시에 함요부종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3일간 methylprednisolone 500 mg/day pulse therapy, 3개월간 1 mg/kg/day 유지 요법) 투약 이후 전신에 갈색의 다발성 구진 양상 피부 발진이 발생하였다고 하였으며, 우측 경부의 피부 병변에 대해서 조직 검사를 시행하였다(Fig. 1). 병리 결과 atypical vascular proliferative lesion, human herpes virus-8 (HHV-8) 양성 소견이 확인되어, 피부 카포시 육종으로 진단되었다. 카포시 육종의 전신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복부 CT를 시행하였고, 장간막 림프절 비대 및 위와 소장 벽의 비후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PET-CT에서는 양측 경부와 좌측 삼각근에 카포시 육종 침윤으로 의심되는 hypermetabolic lesion이 관찰되었다(Fig. 3).
환자는 진단 당시 복통, 혈변 등의 위장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으나, 복부 CT에서 관찰된 위벽 비후 소견을 확인하기 위해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다(Fig. 4).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는 위 내강 전체에 붉은 빛의 반점구진성, 용종형의 병변들이 산재되어 있었으며, 위체부 대만곡 부위에서 시행한 조직 검사 결과 atypical endothelial cell proliferative lesion with HHV-8 expression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면역 염색에서 HHV-8, CD31 양성으로 카포시 육종의 위장관 침범에 합당한 소견이 확인되었다(Fig. 5).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다.
상기 진단에 대하여 신장내과, 혈액종양내과 진료 후 경구 스테로이드를 감량(2.5 mg/day까지)하였으며 카포시 육종의 전신 침범을 고려하여 vinorelbine 기반 항암 치료를 시작하였고, 위내시경 검사는 항암 치료 종료 후 추적 예정으로 퇴원하였다.
진단: 카포시 육종(Kaposi sarcoma)
카포시 육종은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을 특징으로 하는 신생물로, HHV-8 감염과 연관되어 발생한다.1-3 카포시 육종은 고전적, 풍토성(아프리카), 의인성(면역억제제 연관), 그리고 후천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연관의 네 가지 임상 변종으로 분류되며,4 모두 HHV-8 감염과 관련이 있으며, 원발 종양 위치와 질병 진행 속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카포시 육종의 발생은 지역적인 특성을 보이는데, HHV-8의 혈청학적 분석을 이용한 연구 결과 북미, 북유럽 및 아시아에서는 낮은 혈청 분포가 보고되었고, 동유럽, 지중해 및 카리브해 국가에서는 중간 혈청 분포가 보고되었으며, 중앙아프리카(우간다, 잠비아, 남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는 높은 혈청 분포가 보고되었다.4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AIDS 환자의증가와 함께 혈액 투석 환자,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에서 산발적인 증례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테로이드와 관련하여서는 다양한 용량과 기간의 투약 후에 카포시 육종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구 투약뿐 아니라 관절 내 주입 또는 국소 치료 후에도 발생 가능하다.5 스테로이드 투약과 연관된 카포시 육종 증례 50건을 분석한 2006년의 연구에서는 류마티스 질환 27예, 피부 질환 8예, 혈액 질환 5예, 알레르기 질환 4예, 염증성 질환 4예, 결핵성 심낭염 1예 및 특발성 간질성 폐질환 1예 등 다양한 질환에서 스테로이드 투약 후 카포시 육종이 발생하였음을 보고한 바 있다.6
카포시 육종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피부 병변으로, 전형적인 피부 병변은 경계가 명확한 보라색, 자주색, 어두운 갈색 또는 검은색의 반점, 결절 또는 판 형태이며,7 초기에는 단독 병변이 흔하지만 질병의 진행에 따라 다발성으로 나타나거나 여러 병변이 합쳐지는 경우도 있고, 큰 병변은 흔히 림프 부종을 동반한다. 피부 병변이 있는 환자의 약 절반 정도에서 위장관, 폐, 간, 신장, 심장 등 내장 병변을 동반하며, 피부 외 침범 부위로는 위장관이 가장 흔하다.8,9 위장관 침범의 경우 대부분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나, 질병의 진행에 따라 복통, 구역, 구토, 위장관 출혈로 인한 빈혈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드물게는 기계적 폐색이나 장관의 천공을 유발하기도 한다.10
카포시 육종은 위장관의 어느 부위라도 침범할 수 있으나, 위와 소장을 가장 흔하게 침범한다. 병변은 내시경에서 이번 증례와 같은 적색의 반점구진성(maculopapular) 병변 또는 어두운 색의 결절이나 용종형 병변의 형태로 관찰되고, 진행된 경우 중심부 함몰이나 궤양을 동반한 출혈성 종괴의 형태로 관찰되기도 한다.10 Ahmed 등11은 카포시 육종의 내시경 소견을 적색의 납작한 용종형 병변(A형), 표면의 궤양을 동반한 용종형 병변(B형) 그리고 표면의 깊은 함몰을 동반한 점막하층의 화산형 종괴(C형)의 3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보고한 바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병변은 육안적으로 쉽게 구분 가능하나, 일부에서는 소화성 궤양 또는 위장관 기질 종양, 혈관 육종 등 다른 병변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 병리 검사 및 면역조직화학검사가 도움이 된다.12,13 병리 소견에서 방추 세포의 존재와 함께 면역조직화학검사에서 CD34 및 CD117 양성, HHV-8에 대한 면역 표지자인 HHV-8 latency-associated nuclear antigen을 확인함으로써 카포시 육종을 진단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치료받지 않은 3기 이상의 HIV 동반 남성 카포시 육종 환자에서 위장관 침범이 흔한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이들 환자에서 불량한 예후를 보고하기도 하였다.14
고전적, 아프리카 풍토성 카포시 육종의 경우 만성적인 질환으로 비교적 경과가 좋으나, AIDS 연관 카포시 육종은 광범위한 발병 형태, 빠른 진행 속도 및 기저 질환의 악화 등으로 인해 예후가 나쁜 편이다. 카포시 육종의 치료는 환자의 기저 질환 및 질병의 이환 범위에 따라 달라지며, AIDS 등이 동반된 경우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개별 장기에 특징적인 치료는 없으며, 질환 범위가 국소적인 경우 국소 방사선 치료 등 증상에 따른 치료를, 전신을 침범한 경우 전신적 항암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15 스테로이드 투약 후 발생한 카포시 육종의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투약을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수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본 증례의 환자는 FSGS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후 카포시 육종이 발병한 사례로, 진단 당시 뚜렷한 소화기 연관 증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질병의 침범 범위 확인을 위해 시행한 복부 CT에서 위장 벽의 비후 소견이 관찰되어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시행하였고, 이를 통해 카포시 육종의 위장관 침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포시 육종은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이지만 카포시 육종이 위장관을 침범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며, 질병 초기에는 복통, 혈변 등 소화기 연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위장관 출혈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카포시 육종 환자에서는 위장관 침범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내시경 또는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본 증례의 시사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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